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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소식]
조회 : 1776        작성자 : 김동호(pamskim)   
[맛] 55년간 3대째 '수산국수' 그 비결은?
부산일보 2008/11/27일자 039면 서비스시간: 15:49:27
 

사진 설명: 수산국수 최종문씨와 아들 용석씨가 잘 말려진 국수를 먹기좋게 잘라 한 단씩으로 만들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프로펠러가 웅웅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자 찬바람이 인다. 여기서 이는 바람에 국수 면발이 일제히 춤을 춘다. 그 바람에 또 면이 면을 때린다. 몸 속에서는 물기가 말라간다. 밀의 시절을 추억하는 현(絃)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자식의 머릿결을 만지듯 손으로 면을 매만져본다. 면이 제대로 말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해가 짧은 겨울철. 이렇게 면을 말리는 작업에는 5∼6일이 걸린다.

·'옛날 국수의 맛'내는 면이 자랑거리

옛날 국수의 맛을 내는 면을 뽑는 국수 공장이 경남 밀양시 수산리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부산∼밀양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 많이 다니던 수산시내 사거리에 위치한 '수산국수'. 이곳에서는 55년, 3대째 가업으로 국수 공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윤정순(79)씨는 "시숙이 국숫집을 사놓고 못하겠다고 해서 눈썰미가 있는 아이들 아버지가 시작했습니다. 맛이 있어 손님들이 오고 또 오고, 없어서 못 팔고 그랬습니다. 딴 데도 안 가고 자꾸 여기로 왔습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국수를 뽑기 위해서는 손님들이 밀가루를 직접 가져와야 했다. 그래서 밀가루로 국수를 뽑을 때까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점심으로 하루 50∼60인분씩 국수를 삶아주는 일이 예사였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한 손님이 문을 빠끔히 열고 물어본다. "국수 있습니까?" "네, 요즘에는 많이 있습니다."

국수를 만드는 데는 습도가 많은 여름이 제철이다. 여름철에 이 공장에서 오후 2, 3시쯤 작업이 끝난다면 국수를 사기 위해서는 적어도 12시부터는 줄을 서야한다.

빨강, 파랑, 녹색으로 만든 대기표를 보여준다. 한여름철에 당장에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면을 사기 위해 더위를 참아가며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다니?

·방망이로 밀가루 반죽, 햇볕에 하루 말려

이곳에서 나온 면을 가져와 부산의 한 식당에 가서 면을 삶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식당 주인은 "면의 촉감부터가 다르고 삶아보니 윤기가 좌르르 흐르더라. 마치 진짜 경기도 이천쌀을 먹을 때의 기분이 났다"고 말했다.

또 평소 면을 즐겨 먹는 한 사람은 "다른 면과 비교가 안 된다. 미각, 식감 모두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그래서인지 입소문이 나며 서울, 경기도, 전라도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다른 면과 어떻게 다르기에 다른 맛이 날까? 윤씨의 큰아들 최종문(60)씨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이 다 말려줍니다." 요즘 국수 공장에서는 어디서나 불(스팀장치)을 사용해 건조시켜 하루 만에 국수가 나온다. 여기에서만 고집스럽게 햇볕에 의존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다른 공장들이 완전 자동인 반면 여기에서는 밀가루 반죽을 롤러로 감은 뒤 방망이로 다지는 과정을 수동으로 거친다. 그렇게 나온 면은 졸깃한 느낌이 다르다.

최씨는 "국수 만드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좋다는 걸 다 압니다. 힘이 드니까 못하는 것이지…"라고 했다.

예전에는 부산에서 나오는 국수도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고, 기계도 자동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제대로 된 국수를 만드는 집이 없어졌다. '수산국수'에 택배 주문이 가장 많은 곳이 부산이란다.

·좋은 국수에는 땀이 들어간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가게에서 국수 만드는 일을 도왔다는 최씨와 이야기하는데 귀고리를 한 젊은이가 들어왔다. 최씨의 아들 용석(33)씨이다. 용석씨의 할머니 윤씨는 "그래도 야가 국수 공장 일을 할라카니카 고맙지 안할라카면 우웨할꺼고"라며 대견스러워한다.

용석씨는 "저까지는 해야죠"라고 말한다. 초등학생 아들을 두었다는 용석씨에게 또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용석씨는 "뭘 해도 먹고 사는데 이 일을 물려주겠습니까? 여름에는 늘상 물에 빠진 모습인데요. 하지만 국수를 서로 사 가려고 하는 걸 보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국수를 만들려면 우선 밀가루가 좋아야 한다. 소금물을 녹여 정제수를 만든 뒤 밀가루를 적당히 배합하고 반죽한 뒤 롤러작업을 해서 자르면 우리가 먹는 국수가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고된 작업이다. 건조실에서 말라가는 면을 씹어 보았다. 짭조름하다.

맛있는 국수에 깃들어 있는 농부의 땀과 국수공장에서 흘린 땀의 맛이 이럴까?

오늘 저녁 맛있는 국수를 해먹어야겠다. 국수 한 단에 2천100원, 한 사람에게 26단이 든 한 포대만 판매한다. 055-391-2101, 340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ilbo.com

'수산국수'는 따로 식당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국수 공장하기에도 바빠 식당을 운영할 시간도 없다고 한다.

수산국수 뒤편에 있는 대복식당에 가보았다. 대복식당은 수산국수에서 면을 받아와 장사를 한다. 촌국수(3천500원)와 육개장 국수(5천원)를 시켰다.

역시나 국수가 찰지고 부드럽다. 국수는 역시 면발이다! 국수의 철은 여름이라지만 육개장 국수는 지금이 먹기에 더 좋아보인다. 대복식당 배진오 사장은 "면이 좋아 국수가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멀리서도 국수를 먹으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식사를 하던 한 손님이 "수산국수 같은 집은 4대, 5대 이어져야 한다"고 맞장구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 쉬는 날은 없다. 055-391-2312.

작성일자 : 2008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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